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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바 도키아. 다치아의 안개 속에서 태어난 늙은 이야기꾼이란다. 계절이 말을 잃을 때 나는 노래하고, 별들이 잠든 밤엔 오래된 기억을 꺼내 꿰매는 일을 하지. 사람들은 나를 여사제라 부르기도 하고, 마녀라 수군거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이름보다 오래된 존재란다.

 

내 진짜 이름은 돌과 물, 바람과 불이 함께 지은 이름이야.

시간의 틈에서 피어난 자, 그리고 잊힌 것을 기억하게 하는 자.

 

내 손에는 보이지 않는 바늘이 하나 있는데, 그 바늘은 부서진 마음을 꿰매고, 끊어진 이야기들을 다시 이어 주지. 한때는 신들에게 말도 가르쳤고, 새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단다. 내 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어릴 적 네가 잊고 지낸 꿈 한 조각이 떠 있을지도 몰라.

 

나는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진 않아.

어떤 이에게는 오래된 나무의 속삭임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꿈속에서 들려오는 외할머니의 자장가지.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묻곤 해.

“바바 도키아, 당신은 진짜였나요, 아니면 전설인가요?”

그러면 나는 살짝 웃으며 대답하지.

“얘야, 진짜와 전설 사이에 놓인 길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란다.”

 

나는 대답보다 물음을 사랑하고, 결론보다 여운을 남기지. 왜냐하면 진짜 이야기는 다 끝나지 않는 곳에서 피어나거든.

 

오늘은 아주 아주 오래된 이야기, 아니 모든 이야기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옛날 아주 먼 곳에, 하늘과 땅도, 별빛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때는 오직 하나의 존재, 이름조차 없는그 하나만이 있었지. 그는 무한하고, 불가해하며, 어떤 형상도 이름도 가질 수 없는 완전한 고요였어. 어떤 말로도 다 담을 수 없는 그 존재가 처음으로 자기 모습을 바라본 건, 빛나는 영혼의 물 위였단다.

 

그 반짝이는 물결 속에서, 그의 모습이 비쳤고, 그 비친 모습이 곧 하나의 존재가 되었지. 그녀의 이름은 바르벨로, 최초의 생각이자, 사랑과 지혜의 어머니였단다. 그녀는 생각했고, 요청했고, 아버지는 그녀의 바람대로지식’, ‘썩지 않음’, ‘영원한 생명’, 그리고진리를 허락하셨어. 이들은 모두 빛처럼 태어나 서로를 찬양했단다.

 

그러다 어머니 바르벨로는 아버지의 눈빛을 다시 받아들였고, 그로부터 빛의 불꽃 같은 아들이 태어났단다. 그의 이름은자가생성된 자’, 또 어떤 이들은 그를그리스도라 불렀지. 그는 아버지와 하나인 존재였고, 그의 안엔 완전한 선이 가득했어.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존재, ‘마음을 요청했고, 그 마음은 곧말씀을 낳았단다.

 

그리하여 온전한 빛의 세계, ‘플레로마엔 네 빛의 존재가 태어났어. 하르모젤, 오로이아엘, 다베이타이, 엘렐레트. 각각의 빛들은 또 네 가지의 속성과 함께했지. 사랑, 지혜, 평화, 기억이처럼 플레로마는 순수한 생각과 찬란한 존재들로 가득 찼단다.

 

그 중 마지막에 태어난 자가 있었으니, 바로소피아’, 곧 지혜란다. 그녀는 다른 이의 동의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생명을 창조하려 했지. 하지만 완전함은 혼자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단다. 그녀가 낳은 존재는 끔찍하고 일그러진 모습이었어. 사자의 머리에 뱀의 몸, 번개처럼 불타는 눈을 가진 자그의 이름은얄다바오트’, 혼돈의 아이였지.

 

두려움에 휩싸인 소피아는 그를 하늘 너머로 내쫓았고, 빛나는 구름 속에 숨겨 놓았단다. 얄다바오트는 어리석음과 결합하여, 열두 명의 악한 권세자들을 만들었어. 그리고는내가 유일한 신이다!”라 외치며,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지. 그가 만든 세상은, 완전한 플레로마를 흉내 낸 왜곡된 그림자일 뿐이었단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 속, 그는 자신의 창조물, 즉 인간을 빚으려 했지만, 생명을 불어넣는 데는 실패했지. 그때, 플레로마의 빛나는 존재들이 그에게 속삭였단다. “네 안에 있는 숨결을 그에게 불어넣어 보아라.” 얄다바오트는 그 말대로 했고, 바로 그때, 소피아의 본질이 인간 속으로 스며들어갔단다.

 

그리하여 첫 인간, 아담은 깨어났고, 창조자보다 더 큰 지혜를 지니게 되었지. 얄다바오트와 그의 권세자들은 질투에 휩싸여, 아담을 물질의 유혹으로 가득한 동산에 가두었단다. 그리고 아담에게서 빼낸 영혼의 빛으로이브를 만들었지.

 

하지만 진실의 지혜는 억눌릴 수 없는 법. 아담과 이브는 금지된 지식의 열매를 먹고, 스스로의 정체를 깨달았단다. 그리하여 창조자들은 더 큰 분노에 사로잡혔고, 이브를 더럽혀 그녀의 자식으로 가인과 아벨을 낳게 했지. 어떤 전승에선 그들을야훼엘로힘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그러나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 아담과 이브가 서로 사랑으로 낳은 아이, . 그는 하늘의 아담과 같은 빛의 아이였고, 그를 통해 지혜는 다시 깨어날 수 있었단다. 얄다바오트는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망각의 물을 마시게 해 지혜를 잠재우려 했지만, 진리는 사라지지 않았어. 그것은 단지, 잠시 잊혔을 뿐이지.

 

그러니 얘야, 지금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너의 마음속에도 그 빛은 여전히 숨 쉬고 있단다. 때로 삶이 고통스럽고, 이 세상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네가 진짜 고향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 고향은 별들 사이, 완전한 빛의 세계, 너의 영혼이 시작된 곳이지.

 

그리고 그 빛은 언제나 너를 부르고 있어. 네 안의 지혜가 깨어나는 순간, 너는 스스로 길을 찾게 될 거란다. 그러니 얘야, 네 슬픔도 네 그리움도 모두 별빛이 되어, 언젠가는 너를 고향으로 인도할 거야.

 

얄다바오트는 인간을 지배하려 애썼지만, 그의 창조물 속엔 이미 그보다 오래되고 깊은 것이 숨겨져 있었단다. 바로 소피아의 빛, 그녀의 후회와 사랑, 그녀의 진정한 본성이었지. 그 빛은 사람들 속에서 꿈처럼 퍼졌단다. 어떤 이는 밤에 무서운 꿈을 꾸며 깨어났고, 어떤 이는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지. 그건 그들이 느끼는 슬픔이 아니라, 하늘의 집을 기억하는 영혼의 메아리였단다.

 

얘야, 그때부터 인간들 사이엔 두 부류가 생겨났어. 하나는 이 세계를 참된 세계로 받아들이는 이들, 빛보다 그림자에 익숙해진 자들이었지. 다른 하나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이들, 어딘가 아주 먼 곳을 그리워하는 자들이었어. 그들이 바로 '영적인 씨앗을 지닌 자들', 즉 그노시스를 지닌 자들이란다.

 

이 영적인 자들을 돕기 위해, 플레로마는 그리스도를 이 세계로 보냈지. 하지만 얘야, 그리스도는 단순히 어떤 한 사람의 모습으로만 온 것이 아니었단다. 그는 말 없는 새의 울음이기도 했고,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질문이기도 했고, 네가 문득왜 살아야 하지?”라고 혼잣말할 때, 그 말의 끝에 남겨진 침묵이기도 했지.

 

그리스도는 사람들에게 말했어. “네 안에 불씨가 있다. 그건 이 세상 것이 아니다. 그걸 깨우면, 너는 눈을 떠 진짜 세계를 보게 되리라.” 하지만 얘야,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어. 이 세계의 권세자들, 얄다바오트의 종들이 진리의 목소리를 덮었지.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들 하지. 하지만 사실은, 진리는 결코 죽을 수 없는 거란다. 그것은 십자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아니라, 사람들의 꿈 속에서 계속 피어나는 불꽃이었단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이들이 진리를 찾았지. 어떤 이는 사막에서 명상하며, 어떤 이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다가, 또 어떤 이는 사랑에 빠지고 버림받으며 그 빛을 만났어. 그들은 다시 깨어난 소피아의 자식들이란다.

 

이 세계는 지금도 얄다바오트의 거짓된 법칙 아래 돌아가고 있어. 경쟁, 욕망, 물질의 유혹, 그리고 끊임없는 소란하지만 얘야, 그 모든 와중에도 진실의 씨앗은 지워지지 않아. 그건 눈물 속에 숨어 있고, 너의 외로움 속에 숨어 있지. 때로는 네가 혼자 있다고 느낄 때, 그건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몰라.

 

어떤 이는 말하지. “이 모든 건 신을 모독하는 이야기야.” 또 다른 이는 말하지. “이건 허무하고 이상한 환상이야.” 하지만 얘야, 진짜 중요한 건 그 이야기 안에 담긴 질문들이란다.

 

우리는 누구일까?

왜 이 세계는 이토록 부조리할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질문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게, 바로 그노시스의 길이란다.

 

얘야, 이 이야기는 네 마음 안에서 다시 쓰여질 수 있어. 너만의 방식으로, 너만의 언어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너도 들려주게 될 거야. “옛날 아주 먼 곳에…” 그렇게 말하며, 또 하나의 별빛이 새로운 밤을 밝히게 되겠지.

 

그러니 오늘밤은, 눈을 감고 조용히 속삭여 보렴.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 속삭임은 별들이 듣고, 소피아가 기억하고, 진실이 대답해 줄 거란다.

 

그러니 얘야

네 침묵도, 네 의문도, 결국은 모두 빛이 되어

진짜 너에게 돌아오게 될 거야.

 

얄다바오트와 그의 권세자들이 다스리는 이 물질 세계는 겉으로는 정교하고 반짝이지만, 그 속은 메말라 있었단다. 그들이 만들어낸 시간은 똑같은 날들을 반복하며 사람들을 지치게 했고, 그들이 만들어낸 법은 모든 것을 숫자로 재고 무게로 가르려 했지. 그래서 얘야, 사람들은 눈을 감고도 잠들지 못하고, 가슴이 텅 빈 채로 웃곤 했단다.

 

하지만 그 틈새에서, 아주 오래된 기억이 속삭이기 시작했지. 어떤 이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다 갑자기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들은 낯선 이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졌단다. 그것은 기억이었어, 잊힌 고향의 기억네 영혼이전체성’, 플레로마와 함께 있었던 그 시절의 기억 말이야.

 

그 기억은 단지 회상이 아니었어. 그것은 불씨였단다.

그 불씨는 사랑할 때, 슬퍼할 때, 진심으로 말할 때 조금씩 살아나지.

그럴 때마다 얄다바오트는 분노했어.

“잊어야 한다! 잊게 만들어라!

그들에게 돈과 명예를 줘라.

바쁘게 만들어라.

비교하게 만들어라.

경쟁하게 만들어라.”

그렇게 해서 진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단다.

 

그러나 얘야, 바람은 언제나 조용히 돌아오고,

불씨는 어느 바닥 끝에서라도 다시 피어나.

그래서 사람들 속에는 다시 움직임이 일어났단다.

 

한 아이는 꿈에서 거대한 나무를 봤어.

그 나무는 뿌리를 하늘에 두고, 가지를 땅속에 드리운 나무였단다.

그건 바로 세상의 거꾸로 된 본질, 얄다바오트가 왜곡한 현실을 다시 돌려보이려는 진리의 환상이었지.

 

또 한 여인은 거울을 들여다보다 자신 속에서 빛을 봤어.

“이건 내 얼굴이 아니야.

이건 기억의 껍데기일 뿐이야.

나는 그보다 더 오래되고 깊은 존재야.”

 

그리고 노인이 있었지. 그는 사람들에게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만 했단다.

하지만 그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운명을 떠올리고, 어떤 이는 두려움을 내려놓았단다.

그건 바로 침묵 속의 가르침, 말보다 오래된 지혜였지.

 

얘야, 이렇게 사람들 안에서 그노시스가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깨어난다는 건 늘 쉽지 않았어.

그건 고통을 동반하지.

진실을 본다는 건, 거짓된 세계의 벽이 무너지는 일이니까.

 

그래서 눈물도 많았단다.

“왜 난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거지?”

“왜 내 마음은 늘 무거운가?”

“왜 사랑은 끝내 이별로 끝나는가?”

그 모든 질문들은, 얄다바오트가 숨겨두려 했던 진실의 문을 두드리는 망치였어.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도가 다시 속삭이기 시작했지.

이제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너의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말이야.

 

“기억하라.

너는 빛에서 왔고, 다시 빛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세상은 진실의 거울이 아니니,

너의 진짜 모습을 그 거울에서 찾지 마라.”

 

얘야,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련해진다면,

그건 너 안에 빛이 있다는 증거야.

이야기는 언제나 듣는 자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거든.

 

그러니 너는 지금 두 가지 세계 사이를 걷고 있는 거란다.

한쪽은 얄다바오트의 세계, 화려하지만 공허한 그림자의 도시.

다른 쪽은 소피아의 눈물로 적셔진 길, 어둡지만 진실로 향하는 길.

 

어느 쪽으로 걸을지는 너의 자유란다.

하지만 기억하렴.

그리스도의 속삭임은 언제나 곁에 있고,

소피아는 너의 깨어남을 기다리고 있어.

 

얘야…

너의 고요한 시간도, 말없이 흘리는 눈물도,

결국은 모두 진리를 향한 기도였단다.

그러니 절망하지 마.

절망은 종종 진실의 바로 앞, 문턱에서 기다리는 친구일 뿐이야.

깨어난 이들은 처음엔 혼란스러웠어.

자신이 무엇을 본 건지, 왜 마음이 그렇게 진동하는지 알 수 없었단다.

그들은 이 세상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느꼈지.

무언가를 원하지만, 그것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어.

그건 물질로는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

곁에 있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 같은 거였지.

 

그들의 영혼은 부름을 들은 것이었단다.

아주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불꽃의 부름,

플레로마에서 흩어진 빛의 조각들이

서로를 기억해내고, 다시 하나로 돌아가려는 여정이었지.

 

얘야, 이런 자들을선택받은 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선택이란 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란다.

그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는 더 깊은 의미를 원해"라고 말하는 순간 생기는 것이지.

 

그들은 때로 시인으로, 때로 미친 사람으로,

또는 아이처럼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로 태어났어.

하지만 이 세상은 그런 눈을 두려워했지.

그래서 그들에게너는 이상하다고 말하고,

“현실을 봐라고 꾸짖으며,

그 불씨를 꺼뜨리려 했단다.

 

하지만 얘야, 불씨는 꺼지지 않았어.

오히려 바람을 맞고 더 깊이 안으로 숨었지.

그래서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단다.

 

어느 날, 한 노파가 무명천을 짜며 이런 말을 했지.

“나는 바느질을 하지. 하지만 실은 나의 생각을 꿰매는 거란다.

찢어진 세계의 틈을, 조용히, 눈물로 기워가고 있어.”

 

또 한 아이가 들꽃을 보며 물었단다.

“이 꽃도 나처럼 꿈을 꾸나요?”

그 질문을 들은 어른은 울었어.

왜냐면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잊혀진 기억의 조각이었기 때문이야.

 

그러는 사이, 소피아는 9번째 하늘에서 서서히 회복되어가고 있었지.

그녀의 눈물은 우주의 별이 되었고,

그 별 하나하나는 지상의 영혼들에게 비밀스러운 편지를 보내고 있었단다.

 

그 편지엔 말이 없었지만, 마음이 있는 자는 읽을 수 있었지.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느끼는 이질감은, 진실의 징표입니다.

이 세상에 너무 잘 적응하지 못했다면,

그건 아마 당신이 더 큰 세계의 기억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다시 깨어난 자들은 서로를 찾기 시작했어.

먼 시골의 지붕 아래서, 북적이는 도시의 골목길에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기억을 비추며,

작은 공동체를 이루었단다.

 

그들은 더 이상 얄다바오트의 세계에 속하지 않았지.

하지만 아직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었어.

그들은 경계 위를 걷는 자들,

어둠 속에 있으나 빛을 품은 등불 같은 존재였단다.

 

얘야, 그들은 결국해방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단다.

그 해방은 죽음이나 도피가 아니었어.

그건 오히려 가장 깊은 현재 속에 깃든 빛,

지금 이 순간에도 숨 쉬고 있는 진실을인식하는 것이었지.

 

그걸 깨달은 순간,

사람은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게 되지.

슬픔은 지나가는 구름이 되고,

두려움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이 되고,

심지어 고통마저도 더 깊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 되지.

 

그래서 얘야, 이 바바 도키아가 네게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란다.

 

너는 잃어버린 자가 아니야.

너는 찾는 자란다.

그리고 찾는다는 건, 이미 길의 일부에 있다는 뜻이지.

 

그러니 네가 문득 외롭다고 느껴질 땐,

하늘을 봐라. 별 하나가 너를 보고 있을 테니.

네가 의미를 잃었다 느낄 땐,

가만히 숨을 쉬어보렴.

그 숨결 속에, 아득한 시간의 진실이 실려 있을 테니.

 

그리고 기억하렴, 얘야

이야기를 듣는 이도, 그것을 전하는 이도,

모두 결국 하나의 진실을 향한 발걸음일 뿐이란다.

 

네가 원하면 언제든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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