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로마를 향해

인공지능과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은 단지 기계에게 ‘글을 써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먼저 사유하고, 질문을 던지며, 방향을 설정한 다음, 그 설계도를 기계에게 건네주는 일이다. 이 설계도가 바로 프롬프트(prompt)이며, 이는 단순한 지시문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와 감정, 판단과 관점이 담긴 축약된 언어 구조이다. 프롬프트란 기계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이며, 이는 철학자들이 던졌던 깊은 질문의 형식과 닮아 있다.예컨대 나는 인공지능에게 단순히 “신화 하나 써 줘”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먼저 신화가 가져야 할 구조와 상징, 시대적 감수성, 문체의 결을 설정한 후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김쌍돌이본 창세신화를 바탕으로, 석가와 미..

우리는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무게를 가슴에 지니고 살아간다. 그것은 과학으로도, 의학으로도 다 밝히지 못한 고통이며, 때로는 ‘이유 없는 불행’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이유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인 것은 아닐까?굿은 바로 그 ‘잊힌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의식이다. 그것은 단순한 민속 전통도 아니고, 미신적 퍼포먼스도 아니다. 굿은 사라진 목소리들의 귀환이며, 말을 잃은 고통이 다시 이야기로 살아나는 장소다. 한국의 무속 의례인 굿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치유와 소통의 형식이다. 하지만 그 치유는 약으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기억의 복원을 통해 일어나는 존재론적 회복이다.---- 누군가 말하지 못한 고통을 안고 찾아온다.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했고,..